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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80시간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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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80시간은 안녕하십니까?

수련환경 개선안 합의가 도출될 당시 밖에서 지켜보던 한 명의 전공의로서의 나는, 주당 80시간의 수련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 너무나 과도한 시간이기에 당시 집행부의 失機(실기)가 아닌가 생각했었다. 주 80시간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주당 1일의 24시간 휴일을 제외하고 6일(144시간)동안 80시간을 근무해야 하는데, 일반 근로자의 근무시간인 월~금, 9 to 6에 더해서, 다음날 새벽까지의 12시간의 당직을 주 3회씩 서고도, 4시간을 더 근무해야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합의된 규정만으로도 위와 같은 형태로 인턴/레지던트 총 5년간을 병원에서는 합법적으로 수련(이라고 쓰고 근로라고 읽는다)을 시킬 수 있기에, 병원 측에 너무나도 유리한 조항이 아닌가 싶었다. 수련을 마치고 수련병원이 아닌 필드에서 활동하는 많은 선배 의사들은 엄연히 근로기준법이 존재하는데 왜 그런 바보같은 결정을 했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어느 분야건 전문가로 성공하려면 1만 시간을 연습해야 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에서 핵심 개념으로 제시된 ‘1만시간의 법칙’은 특히 유명하다. 매일 3시간씩 10년동안 쉬지 않고 투자해야 달성할 수 있는 시간으로,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전공의 선생님들은 어떨까? 주당 80시간으로 되어 있으니, (규정대로 연가 14일을 보장받는다 치면) 80×50주=4000/년, 4년차까지 마쳐야 하는 대부분의 임상과들은 무려 16000시간을 수련할 수 있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쯤하면 해당분야의 권위자는 아니더라도 평균 수준의 전문의는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어째서 개업이나 봉직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일부 술기나 수술을 더 배우기 위해 펠로우 과정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는 걱정들이 나오고 있는 것인지 참 의문스러운 일이다. 10000시간을 투자해도 이르지 못할 에버리지라면, 주 80시간이라는 시간이 수련의 질을 담보하는데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 수련 담당 병원이나 스승님들께서는, 이쯤에서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전공의는 좀 더 쉬는 것보다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근무시간 제한이라는 현 체제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병동 당직 / 응급실 당직의 절대 시간이 전공의 업무의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대체할 인력은 절대 PA가 될 수 없다. 일부 병원에서는 1년차는 당직만 서다보니 근무시간이 주 80시간을 채우게 되어 뭘 더 가르쳐 줄 수가 없다고 푸념하기도 하는데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다른 전공의들에게 기존의 업무를 분담시키는 것은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가적인 전문의 인력의 고용은 필수불가결하다. 각 전공의 선생님들께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영국,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만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시일이 필요하다. 수련환경 개선안 시행 이후 받게 된 ‘피해’로 인한 분노의 화살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에 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보셨으면 한다.


여러분을 힘들게 하는 것은 제도 그 자체인가? 그 제도를 받아들여 시행하는 주체인가?

누군가는 2중, 3중으로 당직표를 귀찮게 만들고 있지만, 병원과 교수님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허위 당직표에 싸인하지 않고 버티는 전공의들도 있다. 누군가는 고년차로 업무가 넘어와서 힘들다고 나만 고생한다고 푸념하고 있지만, 추가 인력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불사하는 전공의들도 있다.

1,2년차 때 본인이 120시간을 근무했는데도, 3,4년차 때 근무시간이 늘어 80시간을 근무하게 된다면, 그것은 수련환경 개선안 때문이 아니라 저년차 때 근무에 대한 보상을 생각하지 않고, 추가인력고용을 생각하지 않고, 업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용자측과,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정부의 탓이다.

추운 겨울 건조한 날씨 속에 소방관 분들이 서에서 대기하는 1시간이 소중한만큼, 전공의들의 병원에서의 당직 1시간 역시 소중한 근로이자 초과근무이기에 요청할 수 있다.

자, 당신의 통상임금이 150만원이라면, 이는 주 40시간의 근무에 대한 임금이고, 시간당 6637원에 해당한다. 당직은 초과근무에 해당하며 1.5배를 가산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시간당 9956원이다. 8시간 당직을 서게 된다면 당신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금액은 8만원에 달한다. (단, 야간이나 휴일인 경우에는 추가로 가산이 가능하다.)

2015년도 최저임금이 5580원인데, 1일 8시간 혹은 12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적정 당직비는 얼마일까? 한 번씩 계산해보자.

마지막으로, 현재의 수련평가기구인 신임평가센터는 전공의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평가위원으로서 병원과 학회 중심의 심사는 그 수련의 질을 담보할 수 없으며, 상황의 인지부터 제대로 되지 않는다. 현재 미국은 전공의들의 평가가 수련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 점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어떨까? 물론, 개개인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게 말이다.   


제18기 대한전공의협의회 평가수련이사 조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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