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칼럼

수련교과과정 개정에 전공의 참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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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교과과정 개정에 전공의 참여를

12월23일 출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바란다


이상형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시국이 어지럽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는 ‘망국(亡國)의 징조’ 라는 글마저 돌아다닌다. 대표적인 것이 한비자가 저술한 ‘한비자’의 ‘망징(亡徵)’ 편에 실려 있는 47가지 망국의 징후들과 인도 국립묘지 ‘라즈 갓(raj gaht)’의 간디 묘소에 새겨진 7가지 사회악이다.


한비자의 47가지 망국의 징후에서는 법령과 금법(禁法)을 가볍게 여기고 모략과 꾀에만 힘쓰면 나라가 망한다 하였고, 간디의 7가지 사회악에서는 원칙과 원리가 없는 정치를 망국의 징조로 꼽고 있다. 두 가지 모두 법과 원칙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의 흥망성쇠 뿐 만 아니라 어떠한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대전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원칙이 있는 시스템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국민건강보험 급여대상 항목 및 기준 선정이 의학적 근거와 사회적 가치를 적절하게 고려하여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고, 의료행위를 심사ㆍ평가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기준은 의학교과서와의 괴리가 심해 ‘근거중심의학’이 아닌 ‘심평의학’ 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심지어 심사를 하는 심평원 직원마다 기준이 다르기도 하며, 정확한 기준을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전공의 수련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각 전문과목별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이하 수련교과과정)은 부실하기 짝이 없으며, 수련교과과정이 제대로 제공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할 병원신임평가와 전문과목학회별 수련병원 진료과목 세부심사(이하 학회심사)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 놀랍게도 어떤 학회는 학회심사의 기준 조차 정해져 있지 않다.


2016년 12월 23일부터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이 시행되고, 전공의법 제15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운영이 시작된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매우 단순명료하다.


원칙을 원칙답게 정하는 것이다. 도제식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지금까지도 전공의 수련은 원칙 없이 이루어져 왔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 처방만이 이어졌다.


전공의법이 제정된 이유는 법률 명칭에 적힌 그대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공의법 제15조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역할은 자연스레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한 원칙을 정하고, 실제 전공의 수련환경에서 원칙이 잘 지켜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전공의 수련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수련교과과정이다. 전공의들은 제대로 된 수련을 갈망하고 있지만 고시 형태로 되어 있는 수련교과과정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수술이나 술기를 배우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펠로우를 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기형적인 수련제도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수련교과과정의 근본적인 개정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원칙을 세워야 하며 개정 과정에는 수련의 당사자인 각 전문과목 전공의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대한내과학회는 내과 수련과정을 3년으로 개편 후 수련교과과정과 학회심사 등에 대하여 내과 전공의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 반영하였고, 전공의들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년간 미달을 면치 못하였던 내과 전공의 지원율 재상승으로 까지 이어졌으며, 이는 타 학회에서도 주의 깊게 봐야할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수련교과과정이 수련병원에서 제대로 제공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회심사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공의법 통과 전까지 전공의 수련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병원협회가 병원신임평가센터를 통해 병원들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학회심사 또한 마찬가지다. 전문과목 학회는 표준화된 기준과 평가 방법도 없이 스스로를 평가해 왔다. 과연 전문과목 학회가 해당 학회의 이사장, 회장, 임원진이 속해 있는 수련병원의 학회심사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겠는가?


전문성을 고려하여 학회심사 자체는 전문과목 학회에 위탁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부여할 수는 있겠으나 원칙적으로 학회심사의 기본적인 문항과 방식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표준화 되어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해 각 수련병원의 교육수련부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교육수련부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교육수련 업무를 담당한 적이 없다. 행정업무만을 주로 담당해 왔고, 최근에는 전공의 수련 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맞추는 업무를 하는 부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련병원의 모든 교수님들이 교육과 수련의 전문가일 수는 없다. 따라서 수련병원 내에 교육수련 관련하여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교육수련부가 해주어야 한다. 각 전문과목의 책임지도전문의 전원을 교육수련부 산하에 소속시키고, 교육수련부장의 자격기준 강화 등을 통하여 교육수련부의 구조 자체도 전문성 획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진료와 연구로 인해 전공의 수련은 항상 후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일선의 교수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효율적이고 올바른 수련 방법론 등에 대해 교육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교육수련부 역할의 패러다임 변화를 유도하고, 새로운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사실 이미 어떠한 원칙이 정해져야 하는지 모두 잘 알고 있음에도 현실에서 그 원칙이 지켜질 수 있을까 지레 걱정하여 인수인계시간을 수련시간에서 제외하겠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그 원칙을 비틀려 한다.


일부에서는 불법임이 확인된 무면허보조인력(Unlicensed Assistant, UA)을 언급하며 원칙을 만드는 과정을 뭔가 얻어낼 기회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전공의 수련시스템이,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원칙이 있는 시스템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 선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한비자가 경고한 법령과 금법(禁法)을 가볍게 여기고 모략과 꾀에만 힘쓰는 우를 범해 중요한 시기가 망쳐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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