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소리

응급실, 홍석인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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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한 아주머니가 나를 지목하며 "저 선생님 진료 볼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한다. 순간 긴장했다. 아침부터 한바탕 하는건가... 아니었다. 지난번에 자기 아들 진료를 잘 봐줘서 기억하고 있었더랜다. 보호자 얼굴은 대개 기억하지 못하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다른 아저씨. 처방이 끝나고 집으로 귀가하시라는 말을 할 때쯤 이름 좀 알려달랜다. 또 긴장했다. 나중에 교수님께서 한 소리 하시겠구만... 아니었다. 자기는 많이 걱정했는데 좋은 소리 해줘서 고맙다고. 명함을 교환하잰다. 지갑에서 꼬깃한 명함을 꺼내 주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다행이다 싶다. 왜 다행이어야 하는지...
좋은 얘기를 쓰면 좋겠지만,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소리를 훨씬 많이 듣는 이곳. 그 몇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대부분은 착한 사람들이다. 아니, 모두가 착하고 현명한 사람들일 것이다. 다만, 아프다는 이유로 혹은 급하다는 이유로 금방 바닥을 드러내는 인간성을 보자면 결국 늘어가는 것은 인간에 대한 환멸감 뿐이다.
흔히 자신을 ‘손님’이라 지칭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의 레퍼토리는 이렇다. "손님을 이렇게 취급해도 돼?" 여기가 음식점이라면 “당신 같은 손님 안 받겠습니다.”.하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럴 수 없다. 진료 또는 치료에 수반되는 전반적인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얘기할 때 그들은 어느 순간 ‘손님’이 되었다가 또 어느 순간 ‘환자’가 되었다를 반복한다. ‘손님’은 왕인가?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환자’는 왕인가? 글쎄…

내가 일하는 이 장소는 절대 즐거운 곳이 아니다. 쾌적하고 여유로울 수 없는 곳이다. 단위시간당 한 명의 의사가 맞이해야 될 환자의 수가 너무나 많은 것은 의료시스템의 문제로 인한 것이 가장 크겠지만 서울의 한 복판에 있는 병원의 위치도 한 몫을 할 것이다.
너무 많다. 하나하나 들어주고 어루만져 주기에는 기다리는 다른 사람이 너무 많다. 또 다들 바쁘다. 바빠서 응급실로 응급하게 온다. 의무와 권리라는 두 가지 중에 오로지 권리만을 얘기하는 그들과는 충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의료는 서비스이지만 그 소비자가 환자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다. 대개의 서비스업은 소비자의 권리를 강조하고 대가를 돈으로 지불하는 구조이다. 돈을 지불하는 대신 그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얻는다. 그러나 의료는 희한하게도, 돈을 내어도 권리가 보장되는 것 같지가 않다. 분명 판매는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돈을 내겠다고 해도 줄 수가 없단다. 대표적인 예가 3차병원에 입원하고 싶어하는 환자와 의사간의 언쟁일 것이다. 분명 내 돈 주고 내가 입원하겠다는데 입원이 안되고, 또 응급실에서는 내 돈 주고 내가 검사하겠다는데 안된단다.
국민건강보험이 실시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의료는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공공재라면 비경합성, 비배제성을 가지고 있겠지만 의료 서비스는 누군가가 먼저 점유할 경우 누군가는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경합성은 만족시키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응급실에서의 검사들이 있겠고 이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응급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검사를 지연시키는 일이 가능해진다. "어느정도" 법적으로 명시된 일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서 충돌이 발생한다. 요구는 소비자인 환자가 하는 것이지만, 공급의 여부는 의사에게 달려있기에 자신은 응급이라 생각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는 의사간에 충돌이 발생한다. 옆의 사람이 죽어간다 한들 눈 앞의 자기 손가락에 난 상처가 더 중요하기에 항상 설득은 쉽지 않다. 넓은 병원 안에서 왜 하필 ‘진상’환자와 보호자가 응급실에만 많으냐 하면, 비단 술에 취하고 약에 취해 정상적인 사고를 못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환자 본인의 생각과 의사의 판단이 항상 충돌하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렵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홍석인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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