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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이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야 할까?, 정재오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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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 신의료기술평가 규제완화에 대한 전공의의 생각

신상이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야 할까?

한때 신상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유행이 지난 것 보다는 새로운 것을 사야 하고, 남들보다 더 빨리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새로운 것은 좋은 것이고, 이전 기술보다 발전된 것이며 더 효과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의료에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얼마 전 한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위밴드 수술을 살펴보자. 이 수술은 체질량지수(BMI)가 37kg/m2 이상이거나, 32kg/m2 이상이면서 합병증 (당뇨, 고혈압, 심장 질환, 수면 무호흡증 등) 을 가진 사람에게 시행해 볼 수 있는 수술로 알려져 있다. 위밴드 수술은 다른 비만 수술에 비해 합병증이 적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많다는 연구 결과도 상당수 발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이 수술은 2008~2009년에 걸쳐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았고, 고도비만 환자에 한해 유효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실상 고도비만인 환자들에게만 이 수술을 하지는 않고 있다. 신의료기술의 사용 대상이 변경된 경우에는 새롭게 안전성, 유효성에 대해 확인하여야 하나 그런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위밴드 수술은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 신청을 하지 않은 임의비급여 시술이다. 사실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고 환자에게 실시를 했다면, 30일 이내에 요양급여 대상 여부의 결정을 신청해야 하지만 위밴드 수술은 급여 대상 결정 신청을 하지도 않은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위험할 지도 모르는 신상 수술을 안정성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지속해 왔고, 이러한 가운데서 생기는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신의료기술 평가를 한 번 거쳤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재평가를 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과 위밴드 수술처럼 임의비급여로 진료를 하면서 급여신청을 하지 않는 것을 잡아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기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를 받은 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해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은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험을 적용할지의 여부를 결정한 후에야 일선 병원에서 시행할 수 있었는데, 제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를 한 의료기기의 경우, 신의료기술 평가 이전에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2013년 동안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는 총 29건의 신의료기기가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을 했지만, 이 중에 승인받지 못한 의료기기가 35%,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경우가 45%였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통과했더라도 35%는 그 다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인데, 만약 신의료기술 규제 완화가 시행되었다면 굳이 문턱을 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약, 새로운 수술 등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좀 더 나은 결과, 좀 더 덜한 부작용이 그것이지만, 실제로 이는 반드시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비용과 더 나쁜 결과를 안겨줄지 누가 알겠는가? 신의료기술이 무분별하게 도입된다면, 안정성이나 유효성에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기기 및 시술 방법이 단지 새로 나왔기 때문에 더 많이 시행되고 이전의 것들은 철 지난 유행처럼 취급될지도 모른다.

국민의 건강 및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지금까지 충분한 경험과 근거를 가지고 이루어졌던 치료 행위 자체에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안전성 및 유효성을 위한 규제가 오히려 강화되어야 하지 이런 식으로 축소되어서는 안된다. 규제 완화로 인해 의사들도 이익을 볼 수 있을까? 이전보다 더 나은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환영받아야 할 일이지만, 효과도 없고 위험한 방법을 받아들이는 것은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이며 결국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제18기 대한전공의협의회 편집팀 정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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