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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법'과 전공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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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법'과 전공의의 미래

 

고려대학교 의료원 전공의 내과 현명한


수 많은 논란이 있었던 일명 '신해철 법'이 2016. 11. 30일을 기해 발효 (시행) 된다. 소위 '김영란 법'이 우리들의 선물, 회식, 그리고 '청탁'의 문화를 바꾼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위험한 변화를 초래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준비도 하지 않고 언론에서 흘러내리는 부정확한 정보와 법률 전문가들의 모호한 태도에 무방비 상태로 포스트 '신해철 법' 시대를 맞이 하고 있다. 그럼 과연 '신해철 법'으로 전공의의 미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 될까.


'신해철 법'의 골자는 1. 의사의 동의가 없어도 원고 (환자 및 보호자가 몇 만원만 부담하면) 가 원하면 사망 등 1급 장애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해 '강제 조정 위원회'가 열린다. 2. '강제 조정 위원회'는 20%의 의료인과 80% 비 의료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의무 기록 열람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3. 강제 조정 위원회의 결과 (감정 회신) 는 향후 민사 및 형사 소송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 법률 소송의 진행 과정과 법조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변호사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비 ‘의사’ 들이 정작 ‘신해철 법’ 속에 숨겨진 ‘진짜’ 변화를 알려 주지 않고 있다.


‘신해철 법’에서 많은 의사들이 가장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강제 조정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이다. 현재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의사, 교수님들께 ‘신해철 법’에 대한 의견을 여쭤보면 의사의 동의 없이 ‘강제 조정 위원회’가 열린다는 것에 관심과 분노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든 의사를 소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한다는 것이 불쾌하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뒷이야기이다. ‘신해철 법’에 따라 조정 위원회가 ‘강제’로 열려 이를 테면 ‘조정 피신청인 (의사) 은 조정 신청인 (환자 및 보호자) 에게 2천만원을 보상하라’ 라는 조정위원회의 결정 (감정 회신) 이 있다 하더라도, 의사는 이 결정을 거부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조정 위원회가 ‘강제’로 열리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는 여전히 ‘의사’의 자유 의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정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한다면 결국 불만이 있는 ‘환자 및 보호자’ 들은 민사나 형사 소송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잘못이 없다고 믿는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중간에 ‘조정 위원회’를 강제로 ‘거치든’(신해철 법 이후), ‘안 거치든’(신해철 법 이전) 결과론적 관점에서 ‘어차피 소송을 걸 사람은 소송을 걸’기 때문에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의 핵심은 ‘신해철 법’으로 인해 ‘의료 소송 문턱’이 낮아짐에 따르는 ‘의료 소송의 폭발적인 증가 가능성’에 있다. 실제 의료 소송 시장에서는 변호사들이 사건을 맡을 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변호사의 경험 (민사 보상액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 가, 얼마의 기간이 소요될 사건인가, 승소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이 매우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의료 소송이 시작되면 보통 1심에 1년이 소요되고, 3심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3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의료 전문가가 아닌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처음 사건을 수임할 당시 원고 (환자와 보호자) 의 얘기를 듣고 또는 수 백장의 복잡한 의무 기록을 읽어보며 사건을 맡을 지 여부를 결정 해야 한다. 계약 조건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변호사의 경우 수임료는 소위 ‘착수금’과 승소 시 받을 ‘성공 보수’로 나뉜다. 바꿔 말하면 승소하지 못할 경우 처음 받은 ‘착수금’이 수년간 그 사건을 수임하면서 받을 수 있는 ‘전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3년이 소요 되고 승소 가능성 50% 민사 보상액 600만원이 예상되는 사건 의뢰가 왔다고 하자. 이 사건의 경우 병원 측에서 유감을 표시하고 200만원의 합의금을 제시했다고 하자. 이 경우 변호사가 이 사건을 수임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기대값으로 계산해 보면 (600만원 * 승소 가능성 50%/3년) 으로 따지면 1년에 100만원의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한 변호사 수임료 (착수금) 를 얼마를 받을 지 예상할 순 없지만, 복잡한 사건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을 수록, 승소 시 민사 보상액이 적을 것이 예상되는 사건일수록, 변호사 입장에서는 차라리 합의금을 받고 소송으로 진행하지 않는 쪽으로 환자 및 보호자를 종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일정한 정도의 대략적인 예상되는 민사 소송 보상 금액이 사실상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의료 소송을 좌우하는 일종의 ‘진입 장벽 (Limiting factor)’ 이었다.


그렇다면 ‘신해철 법’ 이후의 이 진입 장벽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경험이 매우 많은 변호사가 아니고서는 심지어 ‘같은 의사’도 해당 전문의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수백 쪽의 열거식 의무기록 차트를 보고는 이 사건이 얼마 정도 배상을 받을 수 있고, 승소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실제 변호사들 중에서는 의무 기록에 해석을 위해 수년 째 수없이 많은 의사 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여 결국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패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것들이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의료 소송으로부터의 보호막’이었다. 하지만 이제 크나큰 변화가 생겼다. ‘강제 조정 위원회’가 열리면서 단돈 몇 만원만 내면 ‘의사의 동의’와 상관 없이 ‘강제 조정 위원’들이 마음껏 의무기록을 열람하고 의사의 잘못을 찾아내 조사하여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면 일정의 보상 금액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의료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이처럼 좋은 가이드라인이 있을 수가 없다. 매 사건마다 조정이 실패한 (신해철 법이 있든 없든 소송으로 갔을 사건들) 사건들이 몇백, 몇천 만원의 꼬리표를 달고 변호사들에게 날아 오기 때문이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던 의료 사건에서 최소 ‘OOOO만원’ 은 ‘받을 수’ 있는 민사 소송이 되기 때문에 변호사 들의 입장에서는 사건을 수임하는 결정을 내리기 훨씬 쉬워 진다.


소송이 더 많아질 이유는 또 있다. 앞서 말했던 ‘신해철 법’의 근간인 3번째 이유 때문이다. ‘판사’ 입장에서는 사건이 들어오기 전부터 조정위원회의 ‘조정 결과’가 일종의 선입견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2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위원회의 결정을 판사가 일방적으로 뒤집는 것이 쉬울 것인가. 물론 양심과 법의 원칙으로 판결 하는 것도 법률 기관인 ‘판사’이지만, ‘조정’으로 끝날 수 있었던 문제, 심지어 ‘조정’에서 ‘배상을 하라고 결정이 난 잘못’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재판장까지 끌고 온 ‘의사’가 불리한 판결을 받을 개연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앞서 두 가지의 이유로 오히려 일선의 의료 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소송을 더 부추길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힘들다.
의사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조정 위원회’ 의 ‘강제성’에 대한 위헌 여부 및 법리적인 문제점은 차치 하도록 하자.수없이 많은 의사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신해철 법’은 이미 통과 되었고 시행 되었다. 지금은 앞으로 진행될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신해철 법’의 가장 큰 직격탄을 받을 의사는 ‘내과’, ‘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등 소위 중환자를 보는 3차 병원 이상에 근무 중인 ‘전공의’ 이다. 이제 조금만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들은 3차 병원으로 Transfer 할 것이고, 조금이라도 의료 서비스에 불만이 있었던 환자 및 보호자들은 강제 조정을 요청할 것이고, ‘조정 위원회’에서는 의무 기록을 모두 열람하여 의료인의 잘못을 하나 하나 찾아낼 것이다. 가장 ‘만만한’ ‘전공의’가 그 첫 번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 전공의 당 2-3개의 소송에 휘말려 조정 위원회와 법원을 수시로 들락거리게 되는 것이 곧 있을 우리네 풍경일 지 모른다.


일선에서 ‘중환자’를 보는 분과 및 대부분의 대학 병원에서는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몇몇 병원에서 내놓은 대책은 ‘조정 위원회’가 강제로 열리면 환자의 의무 기록 (수십 일 때로는 수백 일 간의 입원, 경과 기록) 을 하루 이내에 보강, 완성하고 병원 송무팀에 도움을 요청한 후 조정 위원회에 참석하라는 것이 전부이다. 모든 환자에 대한 세밀하고 정확한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이에 대한 어떠한 병원 차원에서의 도움도 대책이 없는 것이다. 다가올 ‘포스트 신해철 법’ 시대의 의료 소송의 파도 속에 실현 가능한 유일한 대책은 의무기록을 작성, 관리 하는 데 모든 자원과 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침 및 교육, 인력적인 서포트 역시 이전과 달라 진 것이 없다. 아직도 전공의 들은 수십 명의 환자에 대한 의무기록을 혼자 작성하고, 동의서를 받고, 시술 및 수술에 참여하고, 그에 대한 리포트를 쓰고 있다.


의무기록은 완성되고 열람되는 순간 수정이 불가능하다. 이후의 수정은 조작에 준해서 취급 받는다. 의사가 법률적인 판단에서 유리한 고지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본인이 작성한 의무 기록에 준하여 판사의 법률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곧 이을 의료 소송의 폭풍우에 우리가 믿고 의지할 곳은 의무 기록 뿐이다. 우리 전공의 들의 미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 본 글은 고려대학교 내과 현명한 전공의 선생님께서 기고하신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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